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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언어로서의 수화’인 ‘한국수어’ 법안 발의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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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농청 댓글 0건 조회 7,868회 작성일 13-10-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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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들의 언어인 '수어'를 하나의 언어로 인정하고 농인의 언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한국수어법안이 22일 발의됐다.
 
이 법안은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으로 구성된 한국수어법제정추진연대에서 마련했으며,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한국수어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이 법안을 제안한 이유에 관해 "농인은 음성언어인 한국어를 대신하여 한국수어(Korean sign language)를 제1언어로 사용하여 왔으나, 우리 사회의 수어 사용 환경이 미비하여 한국수어를 기반으로 하는 의사소통·정보이용·학습 등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며 "한국수어가 한국어와 구별되는 고유한 자격의 공용어임을 선언하고, 한국수어의 보급·발전과 농인의 교육·사회·문화 등 모든 생활 영역의 기반을 마련하는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농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활동의 참여를 증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수어법안은 농인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흔히 이야기되는 '수화'라는 표현 대신 '수어'라는 표현으로 농인의 언어를 정의하고 있다. 법안은 '한국수어'를 한국 농인의 사회·문화 속에서 시각·동작체계를 바탕으로 생겨난 한국어와 다른 고유한 형식의 언어이자, 한국 농인의 공용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수어법안에는 이러한 ‘한국수어’ 개념과 함께 농인의 한국수어 교육권에 관해 명시했다. 국가가 농인의 교육권이 교육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도록 하고, 농인 등은 다양한 대체 의사소통수단을 선택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농학교에서의 한국수어 교육을 위해 농인 교사와 한국수어 교육 가능자를 배치하도록 하고, 한국수어의 교육과정이 한국어와 동등한 수준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뿐만 아니라 이 법안은 한국수어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교육과정과 교재를 개발하고 한국수어 교원을 양성하며, 한국수어 능력을 검정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 이 법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국수어의 보전 및 발전을 위한 중장기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며, 한국수어연구소·한국수어교육원 등을 설치해 한국수어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날 국회 앞에서는 한국수어법안 발의를 알리고 지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농아인협회는 22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인근 국민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발의 소식에 환영을 표했다.

 
기자회견에서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은 “수화가 언어가 아닌 손짓, 몸짓이라 생각해 많은 농인이 비장애인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차별 속에서 살아왔다”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으나 그 안에 수화와 관련된 법은 없었다. 그래서 이제껏 수어기본법 제정 발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라고 밝혔다.
  
변 회장은 “종교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의사소통 지원 서비스는 이뤄져야 한다. 이것들이 많은 농인의 소원”이라며 “수어가 국어와 같은 언어로 인정되어 농인들도 청인들과 동등한 사회적 인재로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법 제정을 통해 의사소통을 비롯한 모든 것이 확보될 것”이라고 바람을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최근 드라마 ‘상속자들’엔 여주인공의 어머니가 농아인으로 나온다. 엄마와 딸이 길을 가다가 엄마가 수화를 하자 딸이 ‘밖에선 수화하지 말라 그랬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러자 엄마는 휴대전화 문자로 딸에게 이야기한다.”라며 “이것은 명백한 사회적 차별이다. 왜 엄마는 수화하면 안 되고 딸은 수화하는 엄마를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이는 농인들이 수화하는 것을 장애로 낙인찍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김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의 87%가 시선에 의한 차별을 느낀다고 한다”라며 “지하철에서 수화하는 농인을 보면 사람들의 시선은 그쪽을 향한다. 장애를 잘 모르는 우리 사회는 이상하고 호기심 있는 시선을 보내고 장애인은 그것을 차별이라고 느낀다.”라고 밝혔다.
  
박김 사무국장은 “학교에서 청각장애 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소통하기 위해 수어를 언어로 배운다면 비장애아동이 성인이 됐을 때 수어하는 농인을 봐도 이상하게 보지 않을 것”이라며 “수어법은 바로 이러한 사회를 만들자는 법이며 농인의 권리를 보장받는 것도 중요하나 비장애인도 언어로 수어를 배워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박김 사무국장은 “국회의원의 발의로 법 제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제정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지가 더 많이 필요하다.”라며 “의원들이 농인의 권리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청각장애부모회 이미연 회장은 “수화가 아이의 언어면 부모의 언어도 수화라는 생각에 수어를 배웠다. 청각장애 외에는 아이를 부족함 없이 키웠는데 동정의 대상이 되는 게 마음에 비수처럼 꽂혀있다.”라며 “처음 특수학교 들어가선 구화를 배웠으나 고학년이 되면서는 수화를 배웠다. 그 후 수화로 아이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모녀 사이가 돈독해졌고 아이의 얼굴도 구화를 배울 때보다 평온해졌다.”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현재는 대학 졸업 후 청각장애인이 많은 작업장에 취직해 수화로 의사소통도 원활하게 한다”라며 “수화가 자리 잡기까지 이십여 년이 걸렸는데 내가 청각장애와 수화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았다면 더 일찍 자리 잡지 않았을까”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국농아청년회 정유연 회장
 
18~35세 농청년들이 모여 있는 한국농아청년회의 정유연 회장은 “많은 농청년들은 한국수어가 아닌 음성언어 중심의 교육환경에서 살아오며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이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라며 “근로현장에서 수화로 소통하며 일할 수 없어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며, 한글자막과 한국수어가 제공되지 않아 한국영화와 뮤지컬 등도 마음껏 볼 수 없어 문화향유권도 보장받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농인은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이라며 “농인은 한국수어를 제1의 언어로 하는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한국수어는 대한민국의 언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는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국수화 언어기본법안'이 계류돼 있다. 또한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등이 참가하고 있는 수화언어권리확보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는 정의당 정진후 의원과 함께 수화 언어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농아인협회가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과 함께 한국수어법안을 발의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모습
▲한국농아인협회가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과 함께 22일 한국수어법안을 발의했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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